AI에게 블로그를 통째로 맡겨봤다

이 블로그를 직접 만들지 않았다. 정확히는, 만드는 일의 대부분을 AI에게 맡기고 나는 딱 한 번만 손을 댔다. 그 과정을 첫 글로 남긴다. 앞으로 여기 쌓일 글이 대개 이런 식이 될 테니까 — 무언가를 AI와 함께 만들어보고, 무엇이 됐고 무엇이 안 됐는지 적는 것.

시작은 볼품없는 워드프레스 하나

재료는 이미 있었다. 예전에 사둔 호스팅 계정과 도메인, 그리고 언젠가 급하게 세워둔 워드프레스 하나. 그런데 이 워드프레스가 문제였다. 기본 테마 위에 글 몇 개를 얹어둔 게 전부라, 열어보면 '홈페이지'라기보다 흰 종이에 글자만 찍어둔 것 같았다. 손을 대긴 해야 하는데, 테마 고르고 폰트 맞추고 페이지 만들고 메뉴 다는 일을 하나하나 클릭으로 하려니 엄두가 안 났다.

그래서 방향을 바꿨다. 클릭으로 할 일을 명령으로 바꾸면, 그 명령은 사람이 아니라 AI가 칠 수 있다. 워드프레스에는 wp-cli라는 커맨드라인 도구가 있어서, 테마 설치부터 글 발행까지 터미널에서 다 된다. 문제는 그 터미널에 어떻게 들어가느냐였다.

사람이 한 일은 딱 하나

공유 호스팅에서 서버에 직접 접속하려면 SSH라는 통로가 필요한데, 내 계정은 그게 꺼져 있었다. 이걸 켜는 건 호스팅 관리 화면에 로그인해서 하는 일이라, 여기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가 개입했다. 브라우저를 열어 로그인만 해두는 것.

그다음은 접속 열쇠를 만드는 순서였다. 열쇠는 두 개가 한 쌍이다 — 하나는 내 컴퓨터에만 두는 개인 열쇠, 하나는 서버에 등록하는 공개 열쇠. 개인 열쇠는 절대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공개 열쇠만 서버에 올리면, 그 둘이 맞을 때만 문이 열린다. 이 방식이 비밀번호를 주고받는 것보다 안전하다. 열쇠는 내 쪽에서 만들었고, 서버에 올린 건 공개 열쇠 한 줄뿐이었다.

재미있게도, 바로 이 '공개 열쇠 등록' 한 단계에서 자동화가 막혔다. 보안 설정을 바꾸는 입력이라 안전장치가 걸린 것이다. 열쇠 등록처럼 계정 보안에 직접 닿는 조작은 사람이 직접 확인하고 넣으라는 뜻인데, 나는 이게 오히려 맞다고 봤다. 그래서 이 한 줄은 내가 붙여넣었다. 정리하면, 이 블로그를 세우는 동안 내가 실제로 한 일은 '호스팅 로그인 한 번'과 '공개 열쇠 한 줄 붙여넣기' 두 가지가 전부였다.

나머지는 명령 몇 줄로

통로가 열리자 속도가 붙었다. 깔끔한 테마를 하나 골라 설치하고 활성화하는 데 명령 한 줄, 사이트 이름과 주소 구조를 잡는 데 몇 줄. 한글이 예쁘게 보이도록 본문 폰트와 줄 간격을 지정하고, 강조색을 하나만 정해 넣었다. 개인정보처리방침·소개·문의 페이지를 만들고 상단 메뉴에 걸었다. 원래 며칠은 미루던 일이, 대화하듯 지시하니 한자리에서 끝났다.

물론 매끄럽지만은 않았다. 관리 화면에서 서버로 넘어가는 버튼이 새 창을 여는 방식이라 자동화 도구가 그 창을 못 따라가서, 창 여는 동작을 같은 화면에서 열리도록 우회해야 했다. 서버에 깔린 캐시 도구가 명령을 칠 때마다 '캐시를 비웠다'는 안내를 끼워 넣는 바람에, 그 안내가 엉뚱한 값으로 섞여 들어가 한 번 꼬이기도 했다. 이런 건 미리 알 수 없고, 부딪혀야 보인다.

남는 생각

결국 이런 그림이었다. 판단이 필요하거나 되돌리기 어려운 지점 — 접근을 열고, 보안 열쇠를 넣는 일 — 은 사람이 잡고, 반복적이고 지루한 실행은 AI가 맡는다. 어느 쪽도 혼자서는 이만큼 빨리 못 했을 것이다. 나 혼자였으면 클릭에 지쳤을 테고, AI 혼자였으면 그 보안 문턱을 넘지 못했을 테니까.

지금 읽고 계신 이 페이지가 그 결과물이다. 앞으로도 이렇게, AI와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그 과정을 여기 적으려 한다. 잘된 것만이 아니라 막힌 지점까지. 천천히, 알아가는 만큼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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